기타

걱정거리에 대하여

시릴로1004 2009. 9. 29. 21:55

 

 

* 독수자(獨修者) 에바그리오스 *


의복이나 음식에 대하여 염려하지 말아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복음서에서 몸소 이것을 금하셨기 때문이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마태 6,25)." 그러한 걱정은 주님의 섭리를 거부하고 창조주 하느님을 
부인하는 이방인과 불신자가 하는 짓이다.
이렇게 염려하고 걱정하는 태도는, 단돈 한 닢에 팔리는 
참새 두 마리라 하더라도 거룩한 천사의 보살핌을 받는다(참조. 마태 10,29)고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온당한 것이 아니다. 
악마는 불순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킨 후에 계속해서 염려와 걱정을 불어넣는데, 
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수많은 근심이 자리하게 하여
"예수가 자리를 뜨게(참조. 요한 5,13)" 하기 위함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걱정거리에 질식되면 열매를 맺을 수 없으니, 
이러한 걱정거리를 끊어 주님 앞에 던져 버리고, 
지금 지니고 있는 것에 만족하도록 하자. 누더기를 걸치고 가난하게 살되, 
우리의 마음에 자만을 부추기는 온갖 것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누더기를 걸치고 사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거든, "추위와 헐벗음 
속에서(II고린 11,27)" "의 월계관(II디모 4,8)"을 줄기차게 기다렸던 
성 바울로를 기억하여라. 사도께서는 이 세상사를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주
(I고린 9,24)에 비유하셨으니, 
어찌 사람이 걱정의 옷을 입고 "하느님께서 위로부터 부르신 
그 부르심의 상을 받기 위하여" 달음박질할 것이며, "통치자와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상의 주관자들을 상대로 싸우겠느냐?
(에페 6,12)" 나는 그런 일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경주자가 옷을 두껍게 입고 달리면, 옷 때문에 잘 달리지를 못하고 
그 무게에 짓눌리는 것처럼, 마음도 걱정스런 생각이  많으면 그러할 것이다. 
마음이 자기의 보화를 사랑한다는 말은 실로 옳으니,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고 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