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기 위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기 위해
좋은 날 아침에 드리는 글
10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옵니다. 온난화로 예전보다 늦게 단풍이 들고 있지요. 가로수나 교정의 잎들이 아직은 곱게 물들지 않았습니다. 신학교 정문에서 한 신부님을 기다리며 수위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 신학교 정문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절한 아저씨는 제게 서리가 아직 내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일러 주시는군요. 그리고 나무가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야 서리에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아름다운 빛깔이 나타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논어》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려움이 닥친 후에야 그 고결한 성품이 드러남을 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단풍에서도 유사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사에 정이 많다는 것이지요. 서리가 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 인품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법이지요. 메마른 감정으로 산다면 우리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름다움을 보일 수 없습니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제 마음이 단풍처럼 물들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감성이 얼마나 메말라 있는지 산길을 걸으며 마음을 살펴봅니다. 이번 가을에는 감성이 회복하도록 따스한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묵주신공 오단을 미처 바치지 못해도 기도문 하나하나에 심결을 담아야겠습니다. 내 고통이 클수록 마음의 단풍은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가을을 가꿔가고 싶습니다. 그 단풍을 바라보시는 오직 한 분의 시선을 위해 이 가을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보고 싶습니다.
좋은 가을 날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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