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 관해

주수욱 신부님의 묵상글 -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안치하고 나서 -

시릴로1004 2009. 12. 26. 18:35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안치하고 나서 모든 신자들과 함께 침묵 묵상 글>

 

 

저희는 지금 베틀레헴 마굿간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희 곁에는 멀리 동방에서 온 이방인들인 동방박사 세분이 계십니다. 먼 여행 길을 오시느라 이 분들한테서 땀 냄새도 많이 나고 옷도 오랫동안 세탁하지 않아서 좋지 않은 냄새도 납니다. 그러나 옆 눈으로 언뜻 살펴보니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눈길은 기쁨으로 넘칩니다. 그분들은 먼 여행으로 지쳤을 텐데 그런 피곤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 옆에는 목동들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아직 숨을 헐떡거립니다. 남들이 다 잠든 밤에 동물들을 지키는 가난한 사람들인데 천사들이 아기 예수님 탄생을 알려주어서 한 걸음에 뛰어왔답니다. 이 목동들한테서 동물들 냄새도 납니다. 그러나 평상시에 보던 그들의 불만 덩어리의 얼굴 표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약간 어리둥절해하는군요.

저희도 동방박사들처럼 환희와 경탄의 눈길로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희도 목동들처럼 깨끗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그들처럼 좀 어리둥절한 채, 인간이 되신 하느님이신 아기 예수님을 신기하기 짝이 없는 눈길로 바라봅니다.

 

아기 예수님, 저희들도 여기에 와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아기 예수님, 이렇게 저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시어 오셨습니다. 멀리서 오셨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그 옛날에 원죄를 짓고 하느님 아버지를 떠날 때부터 이렇게 인간을 찾아오시기로 작정하신 하느님 아버지, 이렇게 당신 아드님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보내주셔서 이제 이 분, 예수님을 바라보기만 해도 저희는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저희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예수님 탄생의 신비를 저희가 신앙을 떠나서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이 베틀레헴 구유에서 인간 구원의 복음이 울려퍼집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이렇게 인간을 찾아오셨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모여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흠숭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가지고 와서 예수님께 선물을 드리고 있으나, 저희는 하느님 앞에서 부서지고 낮춘 겸손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께 교만하여서 저지를 죄를 기워 갚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겸손하게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낮은 자리를 선택하여서 탄생하셨으니, 저희도 하느님께 겸손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하느님의 살아있는 말씀을 귀담아 듣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살겠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아서 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일생동안 보여주신 그 사랑의 삶을 저희도 본받겠습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아기 예수님께서 여기에 계시듯이, 저희에게도 성령을 가득히 내려주시어 세상에서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저희를 만들어 주십시오.

 

예수님 이 탄생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영원으로부터 저희를 위해서 준비해 오신 일입니다.

감히 어떻게 저희가 이 신비를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도 그저 묵묵히 아기 예수님을 흠숭하는 눈으로 바라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