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침묵과 참을 수 없는 침묵
위대한 침묵과 참을 수 없는 침묵
스위스의 산 속의 봉쇄 수도원인 카르투지오 수도원
침묵 속에서 자신들은 없는 존재인 듯
그분 안에 녹아 들어 가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자신들을 이곳에 부른 분을
진정 느끼고 찬양하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자신들만 인지하려는
소음 속의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당신이 지으신 환희의 자연을 그대로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찬란한 봄빛의 눈부심으로
눈을 감고 햇살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한 여름의 성숙한 장년들의
화려한 자태와 건장함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늦 가을 지는 낙엽을 보며
포기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눈결정의 속삭임을 듣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빛에 반사되는 분진을 보며
하찮은 그것들도 자신의 일부였음을 아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청명한 종소리를 들으며
자신들을 깨우시는 분의 목소리를 듣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육신을 위한 양식을 취하며
더 이상의 식탐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을 배우며
순명을 좋아하시는 그분의 뜻을 깨닫는 이들이 있다.
침묵을 참을 수 없어 하는 우리는
이웃의 고통에 흐느낌과 호소를 듣지 못한다.
침묵을 참을 수 없어 하는 우리는
자신들 욕망이 외치는 메아리소리 만을 듣는다.
침묵을 참을 수 없어 하는 우리는
고요 안에서 들려주시는 그분의 음성 듣기를 거부한다.
그들의 소리없는 외침의 파장은 나의 영혼을 뒤흔든다.
침묵 속에서 그분을 만나는 은총을 누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