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모기와 미치광이, 가치있는 이야기, 육체와 영혼
거미와 모기와 미치광이 |
다윗 왕은 거미란 놈은 아무 곳에나 거미줄을 치는 더럽고 아무 쓸모가 없는 벌레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전쟁터에서 그는 적군에서 포위되어 빠져나갈 길을 잃었다. 왕은 간신히 어느 동굴 속으로 숨어 들게 되었는데, 마침 그 동굴 입구에는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곧이어 그를 추격해 온 적군의 병사는 동굴 앞까지 왔으나, 동굴 입구에 거미줄이 있는 것을 보고 동굴 안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여 그냥 돌아가 버렸다. 또 다윗 왕은 적장이 잠자고 있는 방에 숨어 들어가 적장의 칼을 훔쳐낸 다음, 이튿날 아침에 '내가 당신이 자고 있을 때 칼을 가져왔을 정도이니 마음만 먹었다면 당신의 목을 가져오는 것쯤은 간단히 해낼 수 있었소.' 하는말을 전하여,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하려는 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밤 가까스로 적장의 침실에 숨어 들어갔는데, 칼이 적장의 다리 밑에 있어서 꺼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윗 왕은 단념하고 돌아가려 했다. 바로 그때 모기 한마리가 날아와 적장의 다리 위에 앉았다. 적장은 무의식중에 다리를 움직였다. 다윗왕은 그틈을 이용해 재빠리 적장의 칼을 빼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은 다윗 왕의 적군에게 포위되어 위기일발의 순간에 처했을 때 그는 느닷없이 미치광이 흉내를 내었다. 적의 병사들은 미치광이가 왕은 아니겠지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보잘것 없는 것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
가치있는 이야기 |
어떤 배가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높은 파도가 일고 심한 폭풍우가 몰아쳐 뱃길을 잃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 바다는 고요해졌고, 배는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 섬에 닿아 있었다. 배는 항구에 닻을 내리고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그 섬에는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맛있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 신선한 녹음을 드리우고 있었다. 또한 온갖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고 있었다. 배를 탄 사람들은 다섯 그룹으로 나뉘었다. 둘째 그룹은, 서둘러 섬에 올라가 향그러운 꽃향기를 맡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맛있는 과일을 따 먹고는 기운을 되찾아 곧 배로 돌아왔다. 셋째 그룹은 섬에 올라가 너무 오래 있다가 순풍이 불어오자 배가 떠나는 줄 알고 당황하여 돌아왔기 때문에, 소지품을 잃어버렸고 자기들이 앉아 있던 배 안의 좋은 자리마저 빼앗겼다. 넷째 그룹은, 순풍이 불어 선원들이 닻을 올리는 것을 보았지만, 돛을 달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며 선장이 자기들을 남겨 두고는 떠나지 않으리라는 등의 생각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배가 항구를 떠나가자 허겁지겁 헤엄을 쳐서 배에 올라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바위나 뱃전에 부딪쳐 입은 상처는 항해가 끝날때까지도 아물지 않았다. 다섯째 그룹은, 너무 많이 먹고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되어, 배의 출항을 알리는 소리조차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숲 속의 맹수들의 밥이 되거나 독이 있는 열매를 먹고 병이 들어 마침내 모두 죽고 말았다. 여러분이라면 이 다섯 그룹 중 어디에 끼이겠는가? 첫째 그룹은, 인생에서 쾌락을 전혀 맛보려고 하지 않았다. 둘째 그룹은, 쾌락을 조금 맛보았으나 배를 타고 목적지에 가야 하는 의무감을 잊어버리지 않은 가장 현명한 그룹이다. 셋째 그룹은, 쾌락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돌아왔으나 역시 고생을 좀 하였다. 넷째 그룹은, 결국 선행으로 돌아오기는 했으나 너무 늦어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째 그룹은, 인간이 빠지기 쉬운 것으로 일생동안 허영을 위해 살거나 앞날의 일을 잊어버린채 살고, 달콤한 과일 속에 들어 있는 독을 먹고 죽어간 것이다. |
육체의 영혼 |
왕은 <오차>라고 하는 아주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과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두 사람의 경비원을 두어 그 과일나무를 지켰다. 한사람은 장님이었고, 또 한 사람은 절름발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흉계를 꾸며 한패가 되어 과일을 따 먹자고 의논하였다. 그리하여 장님이 절름발이를 어깨위에 올려 앉히고 절름발이는 방향을 가리켜서, 두 사람은 맛있는 과일을 실컷 훔쳐 먹었다. 왕은 몹시 노하여 두 사람을 심문하였다. 장님은 앞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는 과일을 따 먹을 수 없다고 변명하였고, 절름발이는 저렇게 높은 곳에 자기가 어떻게 올라가 과일을 따 먹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것도 그렇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왕은 두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둘의 힘은 하나의 힘보다 훨씬 위대하다. 사람은 육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정신만으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육체와 정신의 힘이 합쳐져야 비로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해낼 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