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십자가의 길
성호경
하느님의 아들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소행을 침묵으로 받아들이신 예수님! 커다란 용기와 성숙의 결실인 침묵을 통하여 당신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걷을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제1처
부당한 사형선고 앞에서 침묵을 지키신 예수님은 기적을 일으키셨을 때보다 더 강한 감동을 줍니다.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저희들이기에 그 침묵은 하느님의 것임을 느끼게 됩니다. 주님! 저희가 꼭 필요한 때 입을 열 수 있도록 저희의 입술을 지켜주소서.
영광송
제2처
인류 구원을 위해 커다란 십자가를 지신 스승께서 나를 따르라시며 묵묵히 앞장서 가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작은 십자가마저도 무겁다고 불평을 할 때가 있습니다. 주님! 십자가를 거부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저희를 도와주시고
매일 매일 저희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희를 성숙케 하소서.
영광송
제3처
넘어짐은 실패입니다. 실패를 하면 우리는 많은 말로 변명을 하거나 실패를 감추려 하거나 보상 받으려 합니다. 그러면 그만큼 더 진실에서부터 멀어지고 어리석음을 드러내게 됩니다. 실패 앞에서의 침묵은 넘어짐에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입니다. 주님! 실패했을 때 구차스런 변명을 하지 않게 해주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한 의지력을 침묵 안에서 키울 수 있게 도와주소서.
영광송
제4처
어머니와 아들이 침묵 중에 서로 만나십니다. 두 분은 침묵으로 위안을 주고 받으십니다. 전 인격적인 만남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침묵하고 있는 고요한 상태에서 참 사랑의 실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님, 침묵 안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으며 참 사랑이 꽃필 수 있다는 진리를 가슴 깊이 새기게 해 주소서.
영광송
제5처
선행을 하면서 침묵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진맥진하시어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시몬은 말이 없습니다. 침묵 안에서 불완전한 인간 시몬이 하느님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주님, 선을 행할 때는 침묵하게 하소서. 모든 인간은 마땅히 선행을 하도록 불림 받았음을 알게 하여 주소서.
영광송
제6처
베로니카의 수건에 박힌 예수님의 모습은 피로 얼룩지고 망가져 볼품이 없습니다. 말구유의 탄생 때처럼 볼품이 없습니다. 이것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의 모습입니까? 그 모습은 저희로 하여금 억눌려 지내는 사람의 모습, 가난에 찌든 이의 남루한 모습,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의 앙상한 모습, 괴로워하는 이웃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당신을 찾으라고 하시는 듯합니다. 주님, 그들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여 그들을 당신처럼 섬길 수 있는 저희가 되게 하여 주소서.
영광송
제7처
다른 이들을 쉽게 비난하고 심판하는 저희의 죄를 모두 짊어지신 예수님께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 때문에 또 다시 넘어지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저희의 심판을 미루시며 인내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면서 비로소 저희의 죄를 알게 됩니다. 주님,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비난했던 저희의 죄를 아파하오니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영광송
제8처
십자가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면서 울고 있는 여인들을 위로해 주시는 예수님은 모든 우는 이들의 위로자이십니다. 그분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위로의 말씀은 당신과 함께 모든 어려움을 이기도록 격려해주십니다. 그러나 그 위로의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분 앞에 꿇어 앉아 귀를 열어야 합니다. 주님, 헛된 인간적 위로에 걸려 넘어져서 당신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영광송
제9처
예수님께서 3번 째 넘어지신 것처럼 우리도 나약하여 자주 넘어집니다. 넘어짐은 수치가 아닙니다. 그러나 넘어져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다시 일어나신 것처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주님, 넘어지는 저희 자신을 그대로 수용하게 하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믿음을 키워주십시오.
영광송
제10처
입고 있던 옷마저 빼앗기신 예수님께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다 빼앗기시면 서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십니다. 침묵으로 모든 것을 넘겨주시나 사랑을 잃지 않으셨기에 예수님의 마음 안에 평화가 있습니다. 주님, 필요 없는 군더더기 때문에 마음에 사랑과 평화를 잃지 않도록 저희를 지켜주소서.
영광송
제11처
극심한 고통 속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의 가슴에 못을 박는 사람들을 향해 침묵하면서 용서해 달라는 진정한 기도는 우리를 예수님과 하나 되게 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주님, 사랑으로 하는 진실한 말을 통해 저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임을 드러내게 하여 주소서.
영광송
제12처
죽음은 침묵입니다. 죽음 안에서 모든 것은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으로 부활이 잉태되듯이 침묵으로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자신의 본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자신을 죽이면서 주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깨달음의 시작입니다. 주님, 죽지 않으면 부활할 수 없다는 진리를 받아들여 매일의 삶에서 주님 사랑의 십자가에 제 자신 기꺼이 죽을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영광송
제13처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야유하며 기적을 바라던 군중들의 기대는 무너지고 예수님의 시신이 내려졌습니다. 인간이 되어 내려오신 하느님의 마지막 내려옴입니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가장 상처받은 모습으로 이 세상의 모든 낮은 이들, 상처 받은 이들을 어루만져 주시는 주님, 올라가는 것만을 좋아하는 저희들에게 당신의 낮아짐, 그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
영광송
제14처
모든 것에는 끝이 있습니다. 지극한 고통에 끝이 있다는 것은 은혜입니다. 주님, 말에서 비롯되는 우리 삶의 불화와 갈등을 끝내기 위해 무익하거나 불필요한 말은 묻어 버리게 하여 주소서. 사랑이 담긴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는 말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게 하소서.
영광송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침묵했던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빈 무덤을 통하여 확인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침묵의 빈 무덤, 그 자리가 바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영광과 승리의 자리입니다. 하느님 고유의 언어인 침묵 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하여 주소서.
주모경
성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