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의 헌금
추석이 다가오니 맘이 괜히 설레인다. 이곳에도 여기 저기서 추석의 선물이 노숙인들에게 돌아오지만 전만 못하다고 푸념을 한다.
송편은 교회 또는 사회단체에서 노숙인들에게 추석선물로 주는데 송편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굳어버려 치아가 부실한 노숙인들이 먹기에 불편하다. 때문에 우리는 '카스다드' 빵과 커피, 쌍화차와 대추차로 하였다.
영등포역전 건너편 신세게백화점을 끼고 문래동쪽으로 내려 가면 집장촌이 있다. 밤 11시 쯤이면 대로변에 이들 윤락녀들이 여러명이 서성이며 경찰순찰차와 숨박꼭질을 하면서 호객해위를 하고 있다. 이곳이 있다는 것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우리의 봉사는 이곳까지 손길이 못미쳤었는데 일년 구개월 만에 이곳까지 봉사의 영역을 넓혀 갔다. 이제 우리의 기도의 힘이 쌓여서 이곳 음란의 소굴까지 가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곳에서 우리들은 초코파이와 커피등을 가지고 이들에게 다가가 차를 권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도 행동이 굉장히 서먹서먹 하여 머뭇거리면서 "커피 또는 초코파이 하나 드릴까요?"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러면 상대방도 낮선 침입자에 한대 일격을 당한 것처럼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며 싫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럴때는 주님을 위해 수모를 당하면 행복하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이것 쯤이야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한다.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고 매주 마다 이곳을 방문하여 얼굴에 철판을 깔고 "커피를 드릴까요? 아니면 다른 것을..."하고 말을 건네면 "커피 주세요. 배가 고프니 초코파이도 주세요" 하고 할 정도로 닫힌 가슴을 조금씩 열어 가고있다.
오늘은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따끈한 차가 생각나는 날씨다. 여기 나온 모든 주홍글씨(윤락녀지칭)들이 한 사람도 거절하지 않고 커피와 차를 청한다. 불쑥 어느 주홍글씨가 "아저씨! 이거 좋은데 쓰세요"하고 돈을 접어서 주는데 코가 찡하다. 옆에 있는 다른 주홍글씨가 "너 머하는 것이니"하니 "나 하늘 나라에 저축하는 거야" 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씨만은 주님을 알고 있고 믿음을 지키고 있는것 같다. 주님께서 간음한 여자에게 "네 죄를 묻지 않겠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하셨지만 이 주홍글씨들은......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으니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미래는 주님의 섭리에 맞기는 수밖에...
처음에 이곳에서 차봉사를 할때 골목을 도는 코너에 커피장사를 하는 나이 많은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는 우리때문에 장사를 방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서 천주교에서 나와 주일에만 봉사하는데 양해해 달라고 하니 첫 마디가 교회에서 나와 돈 받고 하는 것이 아닌데 괞찬다고 하신다. 어떠튼간에 주일에는 우리 때문에 매상에 지장이 있겠다. 보상은 주님께서 책임지실 일이다.
봉사를 끝내고 아까 주홍글씨가 준 것을 보니 \20,000 이다. 이것이 어떤 돈이 던가!!! 과부의 헌금과 같은 것이구나?!
굿뉴스/따뜻한이야기
주홍글씨의 헌금
작성자
이근호(cyril1004)
번 호
55100
작성일
2010-09-21 오후 11:37:15
조회수
243
추천수
4
김영식(mic2885) (2010/09/22) : 정말 아름다운 봉사를 하시네요. 주님의 은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