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이 몸살을 앓는 까닭/ 류해욱 신부
지구별이 몸살을 앓는 까닭
지구별, 우주에서 보면, 아주 작은 행성이지만 생명체가 사는 유일한 행성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 지구별이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몸살의 하나가 바로 지구 온난화이지요. 요즈음 매서운 강추위를 겪으며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맞아? 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맞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냉대를 지켜주던 한계선의 파괴로 냉기가 휘몰아쳐 우리는 극심한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김정욱 교수가 쓴 글을 읽다가 제가 가서 3 개월 머물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그곳, 중국 천진의 첫 이미지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회색의 도시, 춥고 음산할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이 아주 심한 곳입니다. 저는 그저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쉼 쉬기 힘들게 느껴지는 삭막한 곳이었습니다. 비록 3 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곳에 가는 마음이 쉽지만은 않지요.
김정욱 교수의 글에서 제가 지니게 되는 이미지,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중국이 공업화되면서 우리의 환경 상황은 극도로 나빠지고 있답니다. 우선 황사를 들 수 있지요. 황사는 중국 북부 일대가 사막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업화뿐만 아니라 과도한 목축으로 초지가 사막이 된다고 하네요. 양떼들이 풀뿌리까지 다 뜯어먹어 양떼가 지나간 곳이 초토화된답니다. 우리나라가 황사로 봄철이면 외출이 힘든 상황인데, 중국 북부지역이 어떻겠습니까?
황사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기오염물질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대기오염 물질의 50%가 중국에서 오고, 심지어는 미국 L.A의 먼지의 4분의 1이 중국에서 온다니, 가까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데... 오염물질 가운데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이 석탄을 태우면서 나오는 그을음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석탄, 즉, 불소, 수은, 비소, 카드뮴, 납 등의 다량 함유되어 있는 석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 중국재 한약 드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지요? 중금속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이런 석탄을 태워 말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중국의 가장 큰 질병은 불소 중독증이랍니다. 무려 4천만 명 이상이 이 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랍지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할까요? 중국에서 내리는 비는 맞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암모니아가 다량 들어 있답니다. 13억 인구가 쏟아놓는 대소변을 비료로 밭에 뿌려놓고, 그것이 대기 순환이 되는 까닭이랍니다. 중국 화장실 더러운 이야기는 다 들어보셨지요?
김정욱 교수의 글을 읽다가 그가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을 썼던 박경화씨가 얼마 전에 쓴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책의 추천사를 쓴 것을 알게 되었지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스무 가지 생각'을 담아 쓴 책이라고 하네요. 책 제목이 재미있지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제목을 보면 좀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그렇구나, 느끼게 됩니다. 저는 어제도 스마트폰으로 핸드폰을 무상으로 교체해 준다는 음성 메시지를 받았지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핸드폰도 물론 공짜 핸드폰입니다. 우리는 번호이동을 하거나 혹은 약간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거의 공짜로 비록 스마트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신형 휴대전화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고 보니, 핸드폰 바꾸지 않고 오래 써야 하겠어요.
고릴라가 핸드폰을 미워하는 이유는 마치 '나비효과'와 같답니다. 핸드폰 생산이 늘어날 때마다 아프리카 콩고에 사는 고릴라가 죽어간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휴대전화의 중요한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 아프리카 콩고에서 나오는 '콜탄'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휴대전화 생산이 늘어나면서 콜탄이 아주 귀한 광물로 대접받게 되었고, 아프리카 콩고의 카후지 비에가 국립공원에 콜탄 채굴 광산이 생기면서 고릴라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핸드폰을 너무 쉽지 바꾸지 않고 오래 쓰는 일, 핸드폰에 매여 살지 않은 일은, 단지 통신비를 아끼고 물자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소중한 생명들을 보호하는 거룩한 일이라고 합니다. 저자 박경화씨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휴대전화 때문에 바뀐 우리의 삶의 단면도를 보여줍니다. 제가 요즈음 지하철을 많이 타는 편인데, 놀라는 것은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아니면, T.V.를 보거나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도 놀랍게도 앞 줄 8 명이 모두 핸드폰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장면을 보았지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생태 환경문제를 '카오스 이론'의 바탕이 된 '나비효과'로 설명해주는 책이랍니다. 저자는 지구를 살릴 '생명의 날개짓'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쉽게 말하면,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작은 날개짓을 시작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몰아친다는 나비효과처럼, 한국에서 핸드폰 소비량이 늘어나면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고릴라가 죽어가고 무의미한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게 되니, 적게 사용하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구별의 나그네인 우리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생태환경학자나 운동가들이 계속적인 관심과 주의, 나아가서 경고를 무시하는 동안에 북극곰과 바다표범이 사라지고 있으며, 호주 동북쪽에 있는 '투발루'라고 하는 섬나라가 바다 속에 잠기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심각합니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청 옷을 많이 사 입는다고 하네요. 꼭 필요한 옷이야 당연히 사야 하겠지만 그냥 남들이 명품을 입으니까 나도 사 입는 사람들은 정말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평균 8벌의 옷을 사기 위해서, 북아메리카에서만 해마다 면화농사를 위해서 농민들이 26억 달러어치의 살충제를 뿌리고 천을 염색하기 위하여 엄청난 화학염료가 물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옷 뿐만 아니라 물자 소비에 대해 정말 조금 더 생각하며 살아야겠어요. 아까 말씀드린, 황사와 연관하여 보면,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할 때마다 황사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느냐고요?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나무젓가락은 중국산 백양목이나 자작나무로 만들어지는데 중국대륙에서 숲이 하나 사라지면, 이듬에 봄에는 황사가 더 심하게 한반도를 덮친다는 것입니다. 이 모두가 생태환경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 년 전에 일 년에 한 두 번 오던 황사가 이제는 봄철 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까지도 오고, 농도도 무려 20 배가 넘게 되었답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많이 들으셨겠지만 '나비효과'라는 말은 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컴퓨터로 기상 모의실험을 하던 중 미세한 초기조건 값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나비효과는 나쁜 영향을 설명할 때도 사용하지만 좋은 일에 적용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2 년에 한 번 바꾸던 핸드폰을 4년에 한 번 바꾸면 아프리카의 고릴라 한 마리를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저도 핸드폰 오래 써야겠어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의 추천사를 쓰면서 이렇게 썼어요.
"저자 박경화씨는 지구 생태계에 그런 짐을 지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불편한 삶을 택했다. 세탁기 없이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휴지대신 손수건과 걸레를 사용하고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을 즐겁게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
오늘 저는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이 지혜로움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합니다.
류해욱 신부(홍천영혼의 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