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은 어떻하라고
3주만에 김베드로 형제가 왔다. 그동안 감기 몸살로 고생좀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직스럽게 이곳 봉사가 눈에 어른거려 발길을 돌린것 같다. 이제 남자 봉사자로는 우리 둘 뿐인데... 나는 감사하는 마음과 고마움을 함께 느낀다.
매주마다 강추위는 기승을 부려 봉사하러 입고 오는 옷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서세시리아 자매님은 열이 14사건이나 지속되는 핫-패취를 발, 등, 허리에다 아에 미리 붙이고 왔다. 지금 이곳의 온도는 영하 16도라고 하니 몹시 춥다. 발이 시려오고 온 몸이 굳어 온다. 뼈속으로 바람이 스며드는 것 같이 매서운 추위다. 이왕 추울것이면 우리가 봉사하는 날 추우면 노숙인들에 따끈한 차 하잔이라도 봉사할 수 있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입버릇 처럼 뇌까렸는데 .... 막상 다치니 마음은 감사를 외치지만 입에서는 어 ~ 춥다가 저절로 나온다. 하느님도 너무하시지.
이 날씨에도 역사 대합실에 남은 노숙인들 숫자가 43명이나 된다. 지금까지 제일 적은 숫자다. 전날 저녁 시간 쯤 삶에 지친 노숙인이 열차에 치어 숨졌다고 하고 쪽방에서 기거하는 독거노인이 동사를 하였다고 하는 무겁고 슬픈 소식이 돈다. 연례 행사처럼 겨울이면 한 두명이 동사로 세상을 하직하는 이곳의 열악한 환경의 이야기이다. 예상치 못한 강추위가 계속되니 노숙인들도 이곳 저곳 쉼터에서 잠자리를 얻어 추위를 피하고 있으나 그래도 쉼터에 들어 가지 않은 남은 자들은 누구 힘을 믿고 버티는지...
제자들이 예수님께 태생 소경을 보고 '누구의 죄 때문에 소경이 되었느냐'고 여쭈었을 때 아무의 죄도 아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라고 하신 말씀이 이 노숙인들에게는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아니면 이해되어야 하는지는 나의 믿음으로 결론이 어렵다. 이들도 모두 하느님의 모상을 만들어 졌고 예수님께서도 이들을 위해 십자가상에서 못박혀 돌아가시지 않았는가!
마치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왜 나를 버리셨습니까?(엘로이 엘로이 레마사박타니)하는 부르짖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