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여정/이향만

시릴로1004 2011. 2. 1. 09:56

여정

1월에 지인들로 부터 몇 차례 부음을 들었습니다.

또 지난 22일은 박완서  선생님이 선종하신 날입니다.

방황하던 제가 70년대에 동아일보에서 "휘청거리는 오후"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가정사에 관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이 가정에 투영된 소설이었지요.

소복이 쌓인 눈을 자취없이 밟고 떠나셨습니다.

좋은 인연을 가꾸며 아름답게 살고 가신 한 여인의 삶입니다.

당시의 제 삶을 다시 돌아보며 이제의 삶을 둘러봅니다.

누구나 잘 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

좋은 인연이 서로의 삶을 가꿔 주게 되는 것이지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인연은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인연을 하루 아침에 정리하기도 합니다.

인연을 잃음은 그 관계가 쌓아온 시간을 잃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이루었던 나를 잃는 것입니다.

그 사실이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그 괴로움을 이기는 것은 용서이고, 사랑이며 자비입니다.

갈등없는 삶은 없지요.

그곳이 가정이든, 교회든, 사회이든 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입니다.

얼마전 누구에게 조언하던 저도

쉽게 그런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럴 때 새삼 나이가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여기까지 밖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여정은 참으로 멀기만 합니다.

그래도 다시 찬바람 앞에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