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교회의 사탄성

시릴로1004 2014. 5. 13. 18:09

교회의 사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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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16장을 살펴보면 예수님의 베드로에 대한 두 가지 평가가 잘 나타나있다. 하나는 베드로가 교회의 반석이자 하늘나라의 열쇠를 갖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님의 길에 걸림돌이 되는 사탄으로 불리는 것이다. 주님의 사랑받는 제자가 돌연 사탄으로 묘사되어있는 것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는 바로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씀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할 때 우리도 그렇게 된다.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고통을 회피하고 세상의 가치와 타협하고 안주하고 할 때 누구든 사탄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오늘날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면 이러한 사탄성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선주 같은 사람은 이를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사탄이다. 사탄은 무고한 사람을 집단화하고 세상의 재화를 위하여 희생을 강요한다. 그러나 비단 이러한 사람뿐만이 사탄이 아니다. 우리도 언제든 사탄이 될 수 있다. 사탄은 그 영향력이 한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대양 사건과 같은 집단자살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복지시설에 수용된 약한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복지재단의 행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런 극단적인 경우뿐만이 아니라 은연중에 자신도 모르게 사탄성에 젖어든 경우도 있다.

교회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불합리하고 세속적인 경향들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이러한 사탄성을 줄곧 보여주었다. 이단화, 십자군운동, 마녀사냥, 종교전쟁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지금도 선교라는 이름으로 타 문화를 폄하하고 그리스도교 종교만이 절대적인 종교로 인식하여 선교지에서 문화적 갈등을 야기하는 선교사들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가까이 우리가 속해있는 공동체를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세상을 향하여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 조차하다. 우리는 개인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제자들이 잠들 듯 교회는 잠들어 있는 듯하다. 이것도 사탄성의 하나이다. 부활 메시지와 더불어 분명히 보여 주어야할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애도를 우리는 교회 안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교회의 방주 역시 침몰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염려스럽다. 오늘날 교회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고통을 나누고 깨어 세상의 변화를 앞장서서 도모해야하는데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에게 윤리적인 자각과 변화가 있기를 요구하셨다. 그분을 환영하기 위해 교회는 분주하게 길을 닦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그분의 길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내적 쇄신을 통해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교회로 거듭 나는 것이 오늘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러한 세상의 비극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스스로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