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으로 불을 놓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님
당신이 아니 계신 절망의 시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뉘우쳐도 끝없는 죄의 어둠 속에
저희의 눈물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바람과 먼지 속에
시간도 죽어 있던
빈 무덤을 지키며
당신을 기다려 온 저희에게
흰옷 입고 오시는 그리움의 승리자
기쁨의 절정, 예수여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따르지 못한 죄책감을
찔레 가시처럼 품고 사는 이들의 슬픔도
용서하고 위로해 주십니까
믿음을 잃어 불안하고
사랑을 잃어 허무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도
더욱 가까이 불러 주십니까
스스로 만든 절망의 무덤 속에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당신의 백성들을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이기심으로 기쁨을 잃어버린 저희에게
다시 기뻐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자주 헛된 것에 정신이 팔리는 저희에게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이제 저희를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
하늘과 땅과 사람들이
가장 큰 기쁨으로 손잡는 오늘
부활하신 당신 안에
새롭게 태어나는 저희의 이름 또한
새로운 기쁨입니다.
이 기쁨을 성실히 키워
온 누리에 불을 놓게 하소서
고통의 세월 속에 잘 익은 사랑이
향유로 넘쳐흐르는 옥합을 들고
오늘은 한마음으로
당신 앞에 서 있는 우리
먼길 오신 당신의 거룩한 발에 엎디어
겸허히 입맞춤하고 싶습니다
엄청난 감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세상과 이웃을 향하여
큰 소리로 웃고 싶은 오늘
새 천년의 문을 열고
셀레며 불러 보는 당신의 이름은
희망으로 이어지는 기쁨입니다
이 불멸의 기쁨으로 세상 끝까지
꺼지지 않는 불을 놓게 하소서
이제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부활의 종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새봄의 노래 생명의 노래
알렐루야 알렐루야
사랑으로 죽어서
사랑으로 살아 오신 님이여
찬미 영광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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