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강추위가 계속된다. 이왕 추위가 계속될 것이라면 우리가 봉사하는 날이 제일 추었으면 했는데 이 약속을 지켜주신것 같다. 바람까지 가세하니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간다.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고 있어도 총총걸음으로 옷깃을 세우며 바쁜 걸음이다. 봉사를 받는 사람 봉사를 하는 사람 양쪽이 다 힘들고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받는 날이다.
자정무렵에 짐발이에 봉사물품을 싣고 역사 에스카레이타를 올라가는데 뒤에 따라오는 어떤 분이 짐을 같이 도와주며 느낌이 이상했는지 무슨 짐이냐고 묻는다. 이곳에서 노숙하는 분들에게 나누어줄 커피와 쵸코파이라고 하자 좋은 일 하신다고 말을 건네며 꾸벅하고 인사를 한다. 그저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이고 또 내가 주님의 길을 닮아가려고 하는 노력하고 훈련하는 것이니 그저 당연한 일인데...
대개 이시간 쯤이면 교회에서 2리터짜리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넣고 신문지로 싸서 대합실에 있는 노숙인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나누어 준다. 이것을 가슴에 넣고 있거나 이불속에 넣고 잠을 잔다. 추운 날이면 어김없이 노숙인들을 찾아와 뜨거운 물을 페트병에 넣은 것을 주고 간다.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들은 서로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다.
짐을 내려 놓고 주전자의 물을 끓이고 준비를 하는 도중에 좀 전에 그분(대충40대 중반정도)이 노숙인들을 위해 쓰라고 비닐봉투를 내놓고 미안한듯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비닐봉투 속에는 큰 페트병사이즈인 사이다, 오렌지, 콜라가 각각 2병씩, 종이컾 50개가 들어있었다. 그분의 친절과 선물에 고맙기는 한데 지금 노숙인들은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데 차가운 음료를 갖다주니 뭔가 콘셉이 맞지 않는다. 찬음료를 찾는 분들이 없어 그저 옆에서 방치되어 있다가 마침 '옹달샘'의 봉사자들이 와서 그곳에 수용하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대접하라고 전하여 주고 우리는 선물을 준 분의 마음만 받았다.
역사대합실 문이 열고 닫힐 때 마다 찬바람이 뼈속을 스며든다. 역사대합실이 철로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오가는 일반인들이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가 열려진 상태로 있다. 때문에 찬바람의 통로이기도 하다. 남을 배려하는 습관만 조금 있다면 문을 닫고 지나갈텐데... 우리 봉사자인 서세실리아 자매님이 거의 수문장 역활을 한다.
신발의 한기가 이제는 발가락까지 전달되어 시려온다. 앉았다 서다를 하거나 대합실을 거닐어 다녀보아도 여전히 한기가 엄습한다. 그런데도 노숙인들은 면역이 되어서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이불을 덮어쓰고 자고 있다. 이런 잠을 자다 아침에 보면 동사되는 경우가 겨울철에 한 두번이상 일어난다. 금년에도 예외는 없었다.
새벽 3시쯤 잠바를 입은 어느 신사 한 분이 김밥 10줄과 국물을 갖고 오셔서 추운데 몸을 풀라고 한다. 마침 우리 주위에 10여분이 계셔서 국물과 김밥을 나누어 먹으니 분위기가 잔치집 같다. 갑짜기 사람사는 분위기 나며 온기가 돈다. 황량할 것만 같은 이곳도 인심이 훈훈한 사람사는 조그만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모처럼 느껴보는 주님의 이웃사랑이 꽃피고 향기가 퍼져가는 새벽녘이다.
굿뉴스/따듯한 이야기
남에 대한 배려가 좀 있다면
작성자
이근호(cyril1004)
번 호
58477
작성일
2011-02-01 오후 10:40:11
조회수
195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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