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여라, 찾아라, 두드려라.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마태오 7, 7-8)
이 말씀은 척박한 현실은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이다. 우리의 삶은 늘 위기와 문제로 점철되어 있다. 어느 무엇 하나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도 하다. 망연자실 하늘을 바라 볼 때 들려오는 말씀이다. 우리의 결핍을 잘 아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청하라고 하신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의 삶에서 절박한 것이 무엇인가? 화해와 평화와 풍요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실 것이라고 확답을 하신다. 이 과정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찾으라고 하신다. 그런데 다음 말씀은 필요한 것이 이미 주어져 있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우리가 있는 곳을 찾을 때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새로운 삶의 장으로 들어서려는 것이다. 이 문을 통해 들어선 장소는 다름 아닌 하느님의 나라이다. 이 말씀은 단순히 우리 개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청하고 얻어서 편히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새로운 삶의 장으로 초대하시는 말씀이다. 우리 안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라는 하느님의 요청이다. 우리의 청함은 대부분 개인적인 결핍에 국한되어 있을 뿐 공정과 사랑과 나눔의 결핍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런데 내면을 바라보고 그 결핍을 구할 방도를 청하라고 하신다. 우리의 안일한 삶의 지평을 벗어나라는 말씀이다. 그러면 우리가 이미 주어진 것을 찾아 일구어 낼 수 있다는 신뢰를 주시는 말씀이다. 이를 위해 바른 지향성과 혜안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향할 수 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이루어진 기적은 이 복음말씀의 좋은 예증이다. 혼인잔치에서 나타난 결핍은 포도주가 바닥난 것이다. 마리아는 주인이 아닌 초대받은 손님으로서 포도주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예수님께 말씀드린다. 주인이 해야 할 걱정을 손님이 한 것이다. 주인이 이 결핍을 해결 할 수 없음이 암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들에게서 들려온 말씀은 의외로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에 멈추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는다.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보여주는 말씀이다. 마리아가 찾은 해결책은 마리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하시고 따르는 방식이다. 주님은 일꾼들에게 정결례에 쓰는 물독의 물을 채우라하신다. 물독에 물을 채우고 다시 퍼 나르면서 이미 물이 포도주로 변하였음을 누구보다 먼저 일꾼은 알 수 있었다. 성모님의 믿음이 주님으로 인하여 일꾼들에게 드러났고 손님들은 어떤 일이 일어난 지 모른 채 취해 잔치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 잔치는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고 있다. 잔치의 주인이 혼인의 당사자에서 주님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 새 술은 단순한 맛좋은 포도주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으로 물에서 성혈로 변화된 거룩한 포도주이다. 신랑인 주님과 신부인 하느님의 백성이 일치를 이룸을 축하하는 축제의 포도주이다. 여기서 가장 낮은 처지에 있는 일꾼들도 함께 하느님을 보고 맛들이며 살아갈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 마리아의 청함과 찾음과 두드림의 응답이 잘 나타나 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 5) |
|
'이향만교수 묵상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시 교수의 충고 ㅡ 마지막 강의에서 (0) | 2018.11.16 |
---|---|
[스크랩] 법정스님-세월과 인생 (0) | 2018.11.09 |
행복한 시간 (0) | 2014.08.05 |
교회의 사탄성 (0) | 2014.05.13 |
막달레나의 손과 토마의 손 (0) | 2013.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