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의원에서 봉사하고 계시는 염 보나벤뚜라 수녀님께서 전화가 왔다. 이번 주일 영등포역사 노숙인 봉사에 수원교구의 신학교 학사님 두명이 봉사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데 가능하냐고 물으신다. 흔쾌히 좋다고 대답을 드렸다. 봉사자 한사람이 더 늘어나면 그 많큼 더 많은 노숙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베풀수 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다. 지난 8월 중순에는 성심수녀원 수녀님 6명이 이곳 윤락가와 노숙인들에게 봉사를 하였는데 떠날 때 카드에 남긴 글 들이 이곳의 봉사가 평생동안 주님께 봉사하는 일에 힘이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곳에서의 체험은 맥풀인 손목과 힘빠진 무릎에 다시 성령의 힘으로 재충전되여 사랑의 힘이 일어나는 기적의 장소인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가 다시 돌아온 손가브리엘 형제와 신학교 2년차, 3년차 학사님과 함께 봉사할 물건을 챙겨 좀 일찍 역사 대합실에 올라갔다. 밤 공기라 날씨가 쌀쌀하다. 일기예보에 비바람, 천둥, 번개가 치는 궂은 날씨라고 해서인지 대합실 양 옆뿐만 아니라 중앙통로에 까지 노숙인들이 앉아 있거나 드러누어 있다. 학사님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나!하고 약간 놀라는 눈치다.
평소대로 부르스타에 불을 켜고 주전자를 올려 놓고 물을 끓인다. 커피와 빵을 나누기 위해 노숙인 한분 한분이 모여 온다. 그 중에는 너무 알콜에 절여 거동이 아주 불편하여 첫아이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굉장히 불안하다. 요즘 강의를 받고 있는 주수욱신부님의 '실천적 성경 연구'에 접목하여 노숙인들에게서 주님의 시선을 내 마음속 깊이 느껴볼라고 하면 할 수록 머리가 띵해진다. 전에 신부님께서 죄 때문에 볼 수 없다고 하셨는데 내가 죄가 많아서 그런가??? 하기야 하느님께서 내가 힘이 없어서, 내가 팔이 짧아서 너를 건져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죄 때문이라고 하시지 않았나!!!
오늘 이밤에 주님께서는 이 학사님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 주실지가 궁굼하다. 이곳에서 긴장은 끝날 때 까지 계속된다. 시간과 때에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돌풍이 돌기 때문에 바짝 긴장을 하고 있고 마음속으로 기도는 계속이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삼십대 중반의 술 취한 청년이 얼굴에는 창과 살이 있고 와이셔츠는 단추 두개정도 풀어져 있는데 가슴에 상처가 나있는데 오늘 이밤에 일어난 것 같다. 아마 폭력조직의 중간 정도급인가 본데 잠자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욕설을 하며 무조건 발길로 걷어찬다. 화 풀이 인가 보다. 노숙인들은 웬 영문인지 모르고 벌떡일어나며 아무소리도 못하고 슬금슬금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간다. 마치 동물의 왕국 같이 '약육강식'의 원리만 존재한다. 그러면서 이곳 내자리까지 오며 씩씩거리며 소리소리 지른다. "하나님" 하는 것을 보니 개신교의 물은 먹은 것 같다. 내가 어깨를 드드리며 얼마나 속상했으면 이러겠나... 하느님은 얼마나 이형제님의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실까! 하며 다돗였다. 그 순간 하느님의 성령은 역사를 하신다. 마음이 많이 느그러진다. 최소한 이곳에서는 행패를 부리지는 못한다. 주님의 영이 이곳을 보호해주시기 때문이다.
좀 시간이 지나간 뒤 약간 부마기가 있는 노숙인이 와 앉으며 알수 없는 말로 지껄인다. 커피를 줄까요 하니 손구락으로 가리킨다. 이곳에 놓으라고. 이때는 눈으로 상대를 집중해서 보면서 마음속으로 구마를 하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간다.
노숙인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일반인 같지는 않은 중간 단계인 사십대 중반인 지적인분이 천주교 교리에 대해 시비를 걸어 온다. 마침 여기에 예비 신부님이 계시니 이분하고 말씀을 나누라고 나는 뒤로 빠졌다. 삼위일체서 부터 마리아까지 한시간 이상을 토론을 한다. 분위기를 보아 하니 많이 수긍하는 눈치다.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 오자 학사님이 요셉의원에 있으니 오시면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이 학사님들은 노숙인 사이에서 폭력과 부마들린 분, 가톨릭교리에 대한 도전하는 이단들을 맛보고 체험하신 것이다.
다음 주에 또 함께 봉사해도 좋으냐고 물으신다. -불감청 감소곡-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베론'성지 순례를 갖다오고서 또 밤에 이곳에 와 철야봉사를 하는데도 힘이 넘친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4,13)
또한 이날은 본당의 날이라, 신부님을 포함하여 신자 950여명이 '베론'으로 성지 순례를 떠났다. 나도 교리교사로서 예비신자들과 함께 했다. 처음으로 철도청에서 무궁화 관광열차를 개조해서 열차에서 미사를 드리면 각 객실에서 화면과 마이크를 통해 미사를 볼 수 있게된 열차였다. 우리가 처음으로 개조된 열차에 시승한 첫손님이며 첫 번째 미사의 혜택을 받았다. 미사도중에 차창밖에 펼쳐지는 단풍진 크고 작은 산들과 들판을 지나는 모습은 낭만적인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미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면 흠이랄까? 제 2대 최양업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선교영성을 배워야 겠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28,19-20)
성서영성학과/계시판
구순애 (2009/10/23) :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모든것이 걱정일겝니다. 오라버니~ 늘 지켜만 보고 있지만 감사한 마음이듭니다.주님의 이름으로 하시는 봉사가 따뜻한 주전자의 마음되어 복음이 살아있게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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