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현존체험

수원교구 신학원 학사님과 함께

시릴로1004 2009. 11. 7. 16:42

 

 

 

지난 주에 함께한 수원교구 학사님께서 또 봉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문의가 왔다. 그러면서 요셉의원에서 임상상담하시는 자매님께서 같이 동행해도 되느냐고 했다. 어느덧 이곳이 노숙인과 윤락생활의 일부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자매님께서 병에든 대추차 두병과 커피 한봉지를 노숙인들을 위해 쓰라고 가져 오셨다.

 

이곳에 특이한 노숙인이 있었는데 그분은 누구와 대화를 나누어 본적도 없고 항상 혼자 외로이 서성이며 신문지로 깃발을 만들어 배낭뒤에 꼬져 넣고 있느가 하면 어느 때는 머리에 헝겁을 머리에 감고 있는 정신이 이상한 노숙인이다.

이곳에서 봉사를 하며 오고 가고 하는 동안 눈여겨 보았던 노숙인이라 특별히 관심을 가져 왔다. 여름에 보았을 때는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겨울이 다가오며 그냥 시멘트 바닥에서 낡은 침낭으로 노숙을 하다보니 건강이 말이 아닐정도로 쇠약해 진것 같다. 봉사를 시작하러 갈 때 와 봉사를 끝내고 돌아 오는 새벽에 일부러 잠을 깨워서 따뜻한 율무차와 쌍화차, 죠코파이 몇개를 옆에 놓고는 하였다.

 

 어느날 이 노숙인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 한테 물어 봐도 모른다고 한다. 생사를 모르지만 여건을 봐서 자꾸만 죽음 쪽으로 마음이 쓰인다. 그런데 거의 오개월이 지난 뒤 이곳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얼굴에 살이 오른 것으로 봐서 어느 요양원에서 지낸것 같다. 여하튼 살아 있는 것을 보니 반갑고 기뻐서 어깨를 두두리며 이따 역대합실에서 내가 봉사를 하니 올라와서 차를 마시라고 하였지만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무표정이다. 거의 봉사가 끝나갈 무렵 새벽에 이 친구가 우리 곁을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날이 마침 추석이라 송편과 대추차를 건네 주었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친구에게 추석을 맞이하여 송편을 건네 주었던 훈훈한 감정을 간직하고 싶다.

 

 오늘 봉사를 오신 요셉의원에 계신 자매님과 이곳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중에 이 노숙인 이야기가 나왔다. 이 자매님도 이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궁굼하다고 하였다. 역대합실에 올라와 봉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자리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 이 노숙인이 있는것이 아닌가?  이 자매님이 반갑다고 차와 먹거리를 가지고 가서 권하니 받아 놓았는데 지난 이야기를 하며 아는 체 하니 안먹겠다고 손으로 내치더란다. 간신히 설득(?)해서 그자리를 떠났다고... 이 자매님도 살아 있는 것만 확인하는 기쁨만 간직하고 있다. 

 

주님께서 "돌아온 탕자를 기쁘게 맞이하는 부자"를 비유로 말씀하신 것 같이 나도 이 믿음의 단계를 끌어 올려 달라고 은총을 주님께 청하여야 겠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7,8)는 말씀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