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결혼식 참석으로 인하여 봉사를 못한 김상열베드로 형제가 오늘 봉사를 오겠다고 인사를 한다. 지난 주에도 봉사를 못한 대자 손장근가브리엘에게 전화를 하여 병세가 어떠냐고 물으니 병원에 입원은 않해도 되고 통원 치료만 하면 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이곳 봉사는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고 당부하면서 대자가 신체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되는데 휴식을 취하지 않으니 강제로 주님께서 하셨나 보다고 하니 그런가 봐요 하면서 웃는다.
저녁때가 되자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일기예보에 10~50미리의 많은 비가 온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눈 또는 비가 온다는 예보만 들어도 먼저 노숙인들 생각이 나고 거리에 두러누어 있는 아는 노숙인들 면면이 필림처럼 스쳐간다. 나도 점점 이들과 함께 동화되어 가는 것 같다.
밤 10시 30분이 되자 오 즈가리아 형제님이 자원해 또 오셨는데 손에는 낚시할 때 쓰는 간이용 의자를 두 개를 갖고 왔다. 인터넷에서 두개를 주문하여 개 당 7천원을 주셨단다. 내가 봉사할 때 디스크 때문에 허리를 몹시 아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 등받이 있는 의자를 선물하여야 겠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이렇게 배려해주시니 고마울 뿐이다.
새로 사온 의자는 등받이가 있어 먼저 쓰던 빨간색 프라스틱으로 된 앉은뱅이 의자 보다는 훨씬 편안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사용할려고 새로사온 간이용 의자를 펴서 털썩 주저 앉으니 의자가 찌그러져서 못쓰게 됐다. 낭패로다. 불량품이던가 아니면 내 체중이 초과던가 둘 중 하나이다.
매주일 밤 10시 반 쯤 빵과 둥굴레차나 아니면 우유를 이곳 노숙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는 인천에 사시는 교우 부부가 있었는데 요즘 보이지 않아 아는 노숙인에게 그 부부를 못 보았는냐고 물으니 봉사날짜를 화요일로 옮긴지가 좀 되었다고 한다.
내가 처음 봉사를 시작하고 한 참을 지난 후에 누구인지는 몰라도 계속 이시간 때에 먼저 빵과 둥굴레차를 봉사하는 분이 있다는 것을 노숙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비록 시간차는 나지만 중복되는 것에 고민을 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이시간때에 봉사할테니 날짜를 양보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나도 주일 아니면 시간이 없고 난감하였다.
그분은 잠시 빵과 음료수를 나누어 주고 가기 때문에 나는 밤을 새워가며 봉사를 하는 것이니 그 나름대로 뜻이 있지 않겠나 싶어 그냥 그 시간대에 봉사를 하였다.
어느 날 주변을 돌면서 차 봉사를 하고 있는데 어깨에 띠를 두룬 자매님이 흰색 스포티지차에 오르는 것이 보였는데 xx 레지오라고 쓰여있다. 혹시 이 자매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그 봉사자님이 아닐까 싶어 다가가 저는 천주교에서 나온 봉사자로 역사대합실에서 밤에 '차'를 봉사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곳에서 봉사를 하시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이렇게 이 자매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전에 봉사자 여럿이 하다가 이제는 아예 남편을 봉사자로 세워 부부가 하게 된 이야기 하며 또 3년동안을 수요일과 주일에 봉사하였다고 한다. 이기회에 내가 고민하였던것을 말할 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주님의 이끄심에 맡기기로 하고 입을 다물고 헤어졌다.
주님께서 마치 경합하는 듯이 보이는 두 봉사단체(나와 그부부)가 합당치 않아 보이셨는지 그부부의 봉사를 화요일로 변경시켜줌으로써 봉사의 효율을 기하게 되었다. 오늘에서야 아는 노숙인을 통하서 그 부부가 제과점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팔다 남은 빵들을 모아서 이곳 노숙자들에게 봉사를 해오셨다고 한다. 그전에는 교도소 봉사도 오랜동안 해 오셨다고 한다.
엘리야 예언자가 바알신전의 제사장들을 850명이나 죽일 때는 성령 충만하였으나 왕비 '이제벨'의 죽이겠다는 한 마디에 성령충만은 다 없어지고 호렙산으로 도망가서 하느님께 저 혼자 남았다고 여쭈니 아직도 바알에게 무릎을 끓지도 않고 입을 맞추지도 않은 7천명을 남겨두었다고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아직도 이 사회는 이렇게 숨겨진 많은 봉사자들이 있어 삶이 훈훈하게 느껴지고 앞으로 희망과 생명럭이 샘 솟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소중한 당신 - 선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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