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밤(栗)을 받고 / 이해인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 올지 몰라 가을이 들어 있는 작은 열매 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 중인 그대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깍으며 하얗게 들어나는 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깍아야 고통은 마침내 기도가 되는걸까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 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 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 눈물겨워하며 밤 한 톨 깍아 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 아끼지 마시고 이 가을 언덕에 하얀 들국화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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