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아침입니다.
창을 여니 어제 아저씨들이 잔디를 깎아 풀내음이 강하게 전해옵니다.
제가 심어 놓은 매화도 제법 컷고 골담초도 뿌리를 캐어 쓸 만하게 자랐습니다.
신문엔 연일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계속되지만
희망을 가지라는 새들의 지저귐이 여전합니다.
방학동안의 화두였던 기적이야기가 이제 어느 정도 알아들을 만합니다.
제가 기적 이야기에 매달린 것은
아마도 저에게 어떤 기적이 있기를 바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일에 불확실한 것이 너무도 많고
때때로 제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저는 늘 은총 안에 있었기에
어렵사리 현실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큰 축복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님에게 모두 말씀 못 드리고 아이들에게 사정을 감추고 살며
그들이 기뻐하고 편안해 하는 것이 저에게 위안이 됩니다.
집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뿐이지요.
기쁨은 넓히고 어려움은 좁히는 것이 좋지요.
누구나 감추고 사는 삶의 일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을 지켜주는 생의 기반이 되기도 하지요.
먼 훗날 하느님이 저에게 물을 실 것 같습니다.
자네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저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지요.
아, 좀 더 기꺼이 지고 갈 것을...
이런 짐을 나에게 주시면 어떻게 하냐고 원망하던 일이 떠오르겠지요.
주님 앞으로 오라고 하셨으니 그 앞까지는 지고 가야합니다.
작은 짐이든 큰 짐이든 그분 앞에 풀어 놓아야 하니까요.
진정한 위로와 진전한 치유는 그분 안에서 그분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기적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완전한 치유는 그분의 죽음과 부활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완전한 치유를 받을 것입니다.
오늘 중병에 시달리더라도 말입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선물은 주님을 믿고 지녀온 고통일 것입니다.
그러니 가장 의로운 고통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