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가을 여행

시릴로1004 2009. 10. 9. 08:12

가을 여행

좋은 날 아침에 드리는 글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름을 잠시 접어놓고 낮에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저녁엔 달을 바라보며 은은한 달빛에 마음을 적셔봅니다.

가을에 저는 가끔 책과 함께 여행을 대신합니다.

연전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읽으며 가을 여행을 했던것 같습니다.

그의 명상적인 실크로드 여행은 붐비는 전차나 지하철 속에서

비단길을 걷듯 마음의 평화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끼고 다닙니다.

한시간 반이 넘는 먼거리의 통근시간 이지만 그의 우언과 유려한 필치에 정신을 빼앗기고 맙니다.

익히 알고있는 바 이지만 어떻게 이리도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다시 감탄하게 됩니다.

저도 압록강을 넘어 청나라 건륭제 축하 사절단에 끼어 가는듯합니다.

다산과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아주 다르게 이용 후생을 통해 민중의 삶을 구제하려했고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민족의 자존을 지키려하였습니다.

<열하일기>에서 우리는 그의 문학과 문화적 지성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옛 문자를 더듬어 읽으면서  그렇게 옛 지성들의 마음을 배우며 가을을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드니 지팡이를 든 등이 꼬부라진 한 할머니가 이른 아침부터 힘들게 무가지를 모으려 지나가십니다.

현실은 저에게 편안한 여행을  허락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렇지만 어떤일이 있어도 그런 분들과 같이 가는 여정이어야 하겠지요.

잠시 생각타 멀리 가버리신 할머니으로부터 말씀들을 기회를 잃고 말았지만

다시 만나뵈리라 기대해봅니다. 만나면 자초지종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압록강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한강을 건너고 있으니 말입니다.

바람이 찹니다. 마음이 차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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