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 -
시스루(Seethrew, '꿰뚫어보다·간파하다'라는 뜻)는 평생에 특별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죽기 전에 빛 속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여인은 몇 년에 걸쳐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 속에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시스루에게 말씀하셨다.
"시스루야, 내일 내가 너의 집에 가겠다."
다음 날 아침, 시스루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집안을 정리하고
치우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식탁에는 정성들여 요리한 특별 음식을 차려 놓았고, 현관에는
꽃이 아래로 늘어지게 예쁘게 장식해 놓았다.
시스루는 하느님 맞을 준비를 완전히 끝내고, 문 밖의 계단에 서서 손님으로 오시는 하느님을 기다렸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황혼이 짙게 드리운 저녁때 시스루는 몹시 실망해서
기운 없이 문을 닫고는 침대로 갔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건 단지 꿈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그날 밤, 하느님은 시스루의 꿈 속에 다시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시스루야, 내가 너의 집에 갔을 때, 왜 나를 반겨 주지 않았느냐?"
하느님의 이 말씀에 시스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하느님, 저는 주님을 몹시 기다렸어요. 사실 저는 하루 종일 문 앞에 서서 하느님을 기다렸지만,
하느님은 오시지 않았어요."
"나는 네가 현관문을 예쁘게 장식하고, 또 여러 가지 준비를 한 것에 감사한다.
그런데 나는 너의 집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하느님의 이 말씀에 시스루는 몹시 놀랐다.
"뒷문을 살펴보지 않은 소홀함을 용서하세요, 하느님. 그렇지만 저는 하느님이 뒷문에서 기다리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일 미리 알았더라면, 저는 틀림없이 뒷문을 열어 놓았을 거예요."
시스루의 말에 하느님은 조용히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셨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 내일 다시 방문하기로 하지."다음 날, 시스루는 새벽녘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하느님을 맞이하기 위해 새롭게 집안을 단장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뒷문 입구와 주위를 아름답게 꾸미느라고 꽤 신경을 썼고, 앞문과 뒷문을
모두 활짝 열어 놓았다. 그러고 나서 시스루는 어느 쪽 문으로 들어오더라도 자신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확실한 지점에 서서 하느님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루가 다 지나갔는데도
하느님은 그림자조차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밤도 하느님은 꿈 속에서 시스루에게 말씀하셨다.
"이거 정말 안타까운 일이구나. 내가 오늘 너를 만나러 너의 집에 갔을 때,
너는 나를 맞아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시스루가 짜증을 냈다.
"하지만 하느님, 저는 앞문과 뒷문을 활짝 열어 놓고 하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하느님은 제가 두 문 다 열어 놓은 것을 보시지 못하셨습니까?"
하느님은 조용히 입가에 웃음을 띠시며 말씀하셨다.
"사실은 말이다, 시스루야! 네가 그렇게 양쪽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을 잘 보았단다.
그런데 너는 거기서 나를 맞을 수가 없었어. 나는 창가에 서 있었거든. 그렇지만 얘야,
이렇게 엇갈린다 해도, 나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잃지는 말아라. 내일 내가 다시 오겠다."
그 다음 날도 역시 시스루는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시스루는 자기 집의 모든 창문가를 예쁘게 장식했다. 그리고 앞뒤 문과 창문 중
어느 한 곳으로 하느님이 들어오시더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모두 활짝 열어 놓았다.
그리고 열려 있는 문과 창문을 쳐다보면서 하느님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또다시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시스루는 그날 밤 깊은 실망감만 안고 침대에 누우면서
하느님께 이제 농담은 그만 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벼르며 속상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날 밤 꿈 속에서도 역시 왜 나를 맞아 주지 않았느냐고 하느님이 친숙한 목소리로 그 여인에게
말씀하셨을 때, 시스루는 하느님이 너무 지나치다는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오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제가 하느님을
금세 알아볼 수 있는 곳에 있어도, 하느님은 언제나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에만 계시니 말이에요.
이번에는 어디 계셨어요? 제가 집으로 들어오는 문들을 모두 다 지켜 보고 있었는데도,
하느님은 그 문들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어요. 분명히 하느님께서는 저를 보고 계셨던 게 틀림없어요."
"네 말이 맞다. 나는 네 집의 문이나 창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네가 네 아래를
잘 내려다보았더라면 너는 나를 거기서 찾았을 게야."
하느님의 이 말씀에 시스루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느님, 지금 그 말씀은 제가 하느님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디에서라도
하느님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하느님이 다시 말씀하시기까지 무겁게 가라앉은 긴 침묵이 흘렀다.
하느님께서 드디어 말씀하셨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 배어 있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단다, 시스루야. 네가 나를 오로지 어느 한 곳에서만 보기를
기대하는 한 너는 나를 못 보고 지나칠 것이다. 만약 네가 이렇듯 한정된 공간에서만
나를 찾는 것을 멈춘다면 너는 나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게야."
시스루는 생전에 하느님을 한 번 뵙는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더라면 하느님을 뵈었으면
하는 바람 같은 생각은 결코 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시스루는 속으로 한참 골똘이 고심한 후에 드디어 여쭈었다.
"하느님, 그 말씀은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은 잊어버리라는 뜻입니까?"
"천만에. 그 반대로 네가 죽기 전에 단 한 번만 나를 보았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사는 동안
매일 매시간 네가 나를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란다. 그렇게 나를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찬란히 빛나는 빛 속에서 나를 네 눈으로 직접 보려는 너의 바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란다.
왜냐 하면 그런 바람을 지닌 인간적인 눈은 너무 허약해서 어디에든 있는 나의 존재를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만약 네 마음 안에 있는 눈으로 나를 찾으려고 한다면 너는 나를 매우
뚜렷이 볼 수 있을 게야."
시스루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 여인은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렸지만 오로지 자신의 침대 주위를
드리우고 있는 캄캄한 어둠만을 보았다. 그 여인은 자신의 꿈을 떠올렸다.
또한 하느님의 마지막 말씀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말씀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나니 마음의 눈이 열렸다.
드디어 시스루는 자신의 마음 안에서 눈부신 빛 속에 계시는 하느님을 찾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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