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가리아 형제가 들어서면서 김베드로 형제부터 찾는다. 아직 안왔다고 하니까 온다고 연락이 왔느냐고 되묻는다.
얼굴 모습을 보니 약간 힘들어하는 느낌이 든다. 감기가 들었는데 약을 먹으니 졸립고 열이 난다고 한다.
아 ~ 그래서 김베드로형제부터 있느냐고 물었구나! 나는 이곳에 봉사할 때부터 어느 봉사자보고 다음에 보자고 말하지 않고 또 올거냐고 묻는 전화도 않한다. 이곳 봉사는 주님을 보고 하는 것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에 오고 안오고는 주님과의 관계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어떤사람은 인정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의 자유의지에게 맡긴다. 아무도 안오는 날이면 오늘은 주님께서 내 희생이 필요한가보다하고 생각하며 처음 봉사할 때 혼자하던 것을 떠올리며 크게 괘념치 않는다.
그런 몸으로 어떻게 왔느냐고 묻으면서 전화를 해서 못온다고 하지... 그런데 그 형제 생각은 그전에 김베드로 형제가 봉사오지 않은 경우가 있어 자기도 못가고 그 형제까지 못오면 나혼자 봉사할 것을 생각하니 눈이 밟혀 도저히 그냥 집에 머물수가 없었나 보다. 이런 마음을 읽으니 너무 감사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나이들의 의리가 아니라 주님 안에서 맺어진 사랑이 싹트고 돗아나는 생기를 느낀다. 조금 있으니 김베드로형제가 들어온다. 그래서 오즈가리아형제께 집에가서 몸조리하라고 돌려 보냈다.
이곳 영등포역사 에스카레이터는 밤 12시 30분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우리가 짐을 갖고 2층 대합실까지 올라가기가 편리하다.
2층 대합실에 올라와 좌판을 깔고 '하늘다방'을 개점하려고 준비하는데 조금전 에스컬레이터에서 본 70~80세쯤 되어보이는 노숙인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고 있는데 5 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문앞을 아직도 지나가고 있다. 뒷뚱거리며 걷는 걸음걸이가 여간 불편해 보이지 않으며 가끔 넘어지셔서 혹시 뇌진탕이라도? 걱정이 앞선다. 저런 분이야 어느 요양소에 있어야 되는데...
우리는 주님을 머리로 하는 지체이니 각 지체가 할 수 있는 몫과 한계가 있듯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여기까지인가?!
그러나 안타깝고 가슴이 저린다. 그리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자괴스럽다. 자기의 상속자는 하인 엘리에제르 밖에 없다고 하는 아브라함을 하느님께서 불러내어 하늘을 가르키며 너의 자손이 저 별들과 같이 많아지리라 하신 말씀을 믿으며 나도 희망의 끈을 붙잡는다.
이곳의 개신교노숙인들은 바로 옆에 '광야교회'(=노숙인들을 위한 교회)가 있어 그곳에 가서 주일예배를 볼 수 있지만 가톨릭신자노숙인들은 노숙인들을 위한 성당이 없어 미사를 드릴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그렇다고 인근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본다는 것은 하늘에가서 별을 따오라는 것과 같다. 서울역지하에서 주일날 조창수신부님이 하는 노숙인들을 위한 미사가 있지만...
이 문제도 우리의 기도거리이며 해결해야 될 문제이다. 우리 안의 양들만이 아니라 우리 밖의 양들도 돌보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닌가?
에제키엘서에 나오는 성전 오른편에서 솟아 흘러내리는 물이 닿는 곳이면 생명을 되찾게 해주듯이 우리가 전하는 주님의 사랑이 이 노숙인들에게도 흘러 들어가 기쁨과 평화로 생기와 활력을 찾기를 기도드린다.
소중한 당신/선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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