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물
새삼 바람과 물이 소중한 시간입니다. 옛 사람들은 풍수지리를 살피는 것을 거주를 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로 삼았습니다. 풍수는 자연의 기 가운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흐름입니다. 바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지만 바람은 자연의 소통입다. 강물은 빗물을 머금은 산이 다시 세상에 내어놓은 맑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바람과 물이 흐름이 없이 정체되어있다면 우리는 살 수 없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콘크리트 벽안에 갇혀 사는 현대인은 자연스런 기의 흐름을 그리워합니다. 더위는 기가 흐르지 못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분지로 이루어진 곳에서 우리는 더위를 더욱 실감합니다. 집 앞에 새로운 큰 병원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산에서 저희 아파트로 내려오는 맑은 기운을 막아섰습니다. 조금 비켜 지었더라면 기의 흐름을 막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치료받을 환자에게 맑은 기운이 많이 흐르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대도시의 건물들을 바라보면 소통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네 삶과 같습니다. 어떤 흐름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은 삶의 자리입니다. 홍콩의 한 고층건물에 가운데를 뻥 뚫리게 지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슨 용이 지나가기위한 통로라는 것입니다. 용은 다름 아닌 생명의 기를 말하는 것이지요. 지혜로운 생각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건물의 평당 가격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일입니다. 자연의 기가 맑은 곳에서 선한 마음의 기운이 생깁니다. 선한 사람들 사이에 서면 저도 절로 마음이 선선해집니다. 몸의 더위는 물과 바람을 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더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거룩한 기의 흐름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뻥 뚫릴 수 있을까요? 더위를 쫓는 지혜로운 방법은 조용히 있는 것이라 합니다. 마음의 더위를 쫓는 것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음을 재계하고 거룩한 기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조용한 경당을 찾아 마음에 구멍을 내야겠습니다.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답답해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