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비자 교리교육을 마치고 교리교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조선족교포 자매님들의 성경공부 나눔 시간이 다가와서 바삐 집에 가던 중에 옆집에 있는 할아버지 두 분이 집옆 나무아래 앉아서 막걸리를 잡수시다 나를 보고서 와서 한 잔을 하라며 부르신다. 이곳에 와서 근 4년 동안 서로 인사는 하면서 지냈지만 이렇게 한잔 하자며 청한적이 없어 시간이 없다고 사양을 하였지만 웃 어른에 대한 실례가 될것 같아 결국 자리를 같이 했다.
한 두잔만 마시고 일어설 참이었는데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여 시간이 지체되어 조선족자매님들의 성경나눔자리를 지도할 수 없게 되어 전화로 오늘은 참석치 못한다고 연락을 하니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일과 세상의 일이 겹칠 때 항상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고 택하라고 가슴에 못이 박혀라고 내 가슴과 남들을 향해 외쳤건만.... 나는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하는 합리적인 사고가 나를 엄습하는 순간 어둠이 이틈을 이용하여 날쌔게 들어와서 잠자코 있다가 이를 깨달을 때는 '오호 통재라!'
"제 발길을 등불로 밝혀주시고 제가 가는 길에 빛이 되어주소서"하며 늘 기도하던것이 입술의 기도가 돼버렸다. 좀 더 지체하였다간 영등포 노숙자 봉사용 물품을 구입해야 하는데 지장을 받을 것 같아 일어서는데 몸이 마음과 같이 않아 마치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한 것'이 아니라 막걸리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지금까지 눈보라가 치나 태풍이 부는 속에서도 한 번도 걸은 적이 없는 이 봉사를 하며 발걸음을 옮기니 여간 힘이 드는것이 아니다. 그것 보다도 오늘의 밑기도를 못한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물건을 사러 오가고 할 때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 죄인이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반복적으로 속으로 읊조리며 간절히 기도한다. 평소 왕복 40분 걸리던 것이 시간을 넘어 선다. 무덥고 불쾌지수 높은 날씨에 술 땀까지 번법되니 보속은 저절로 되는것 같다. 속이 계속 불편하여 토하고 나니 한결 편해진다.
"모든 것은 자 자니가는 것이느니라" 하였듯이 이 힘든 고난의 시간도 지나가고 있는데 어느 노숙인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보고 얼굴이 빛이난다나! 남의 속도 모르고 얼굴이 핼쑥해진 모습을 보고 주님의 사랑으로 나누어 주는 커피 맛에 뿅 간것같다.
금주 거의 7년 만에 마신 막걸리를 통하여 주님의 영적 육적의 돌보심을 짙게 체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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