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실망에 대하여

시릴로1004 2009. 10. 5. 17:44

 

 

 * 독수자(獨修者) 에바그리오스 *

    모든 악마가 영혼을 유혹하여 환락을 사랑하게 하지만, 유독 실망이라는 악마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녀석이 사람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더럽히고, 영혼의 모든 즐거움을 끊어내며, “실망하는 사람의 마음은 뼈를 마르게 한다.”(잠언 17,22)고 한 것처럼 실망을 통하여 영혼을 메마르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악마가 알맞은 정도로만 공격한다면, 영혼은 더 의연하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속세의 것을 구하지 말고 모든 쾌락을 멀리하라고 영혼을 꼬드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녀석이 더 오래 머무를 경우, 영혼을 꼬드겨 더 이상 정진하지 못하게 하고 달아나게 만든다. 욥마저도 이 녀석에게 괴로움을 받았으니, 욥이 “내가 내 가슴을 부여잡고서 나를 도와달라고 하나이다.”(욥기 30,24)라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악마를 상징하는 것은 독사다. 그 녀석의 독은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잘만 사용된다면 다른 유독한 것들의 독에 맞설 수 있는 해독제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흡수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죽게 마련이다. 바울로 사도께서 죄에 빠진 고린토 사람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바로 이 악마 때문이었다. 사도께서 고린토 교회의 성도들에게 다급하게 두 번째 편지를 보내어 “이제는 너희도 그를 용서하고 위로해 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지나친 슬픔에 빠져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러분은 부디 그에게 사랑을 다시 베풀어 주십시오.”(II고린 2,7―8) 하신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사도께서는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이 마귀가 참된 회개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세례자 요한이 이 악령의 선동을 받아 하느님께로 도피하려는 사람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면서 “닥쳐 올 그 징벌을 피하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 그리고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다 하는 말은 아예 할 생각도 말아라.”(마태 3,7―9) 하신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아브라함을 본받아 자기의 고향과 친척을 떠난다면(참조. 창세 12,1), 그 때문에 그는 이 악마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이란?  (0) 2009.10.13
자신의 길을 찾는것 - 에카르트 묵상 -  (0) 2009.10.10
떠오르는 공상들  (0) 2009.10.03
걱정거리에 대하여  (0) 2009.09.29
정욕 및 잡념의 식별에 대하여 - 에바그리오스 -  (0) 2009.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