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비에리아
산세비에리아 지인이 선사해준 국화 화분에 담긴 가을빛과 향기, 한 학생분이 작은 카트 봉투에 낙엽과 가을 사연을 담아 넣어주신 사랑, 이른 아침 촉촉하게 젖은 잔디밭을 건너 성큼 연구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달포전 밑동이 물러지고 너무 커져서 쓰러진 것을 싱고니움 옆에 심었더니 창 아래 홀로 늘어져 누워있는 산세비에리아, 신기하게 뿌리 곁에 새로 솟아난 푸른 새싹. 무심코 읽던 과제물에서 신선한 생각을 발견하듯 추위가 다가오는 가을에 너무도 신기한 생명의 이어짐을 봅니다. 추위가 오기 전에 새싹을 틔어놓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없을 듯 혼신을 다하여 새순을 내어 놓고 늘어져 마지막 숨을 내쉬는 듯합니다. 자연도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이렇듯 아끼는데 우리 가까운 곳에선 소중한 생명의 상실을 접하고 흐느끼는 분들이 계십니다. 가을엔 혼돈의 의미를 깨닫고 청정한 속마음을 되찾아야 하는데 아직도 마음속 천지는 어수선합니다. 그래도 생명의 신비 깨닫기를 포기하지 말아야겠지요. 돌아가신 분들은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살라고 내어놓으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이제 우리의 삶 안에서 그분들이 숨 쉬실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 놓아야겠습니다. 가을 찬바람을 느끼는 만큼 우리의 정감과 영혼은 깨어있겠지요. 가을 들녘에 홀로 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이지요. 시린 아침이 다가와도 두렵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의 영혼은 하나가 되어 있으니까요. 좋은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