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백지답안

시릴로1004 2009. 12. 18. 08:35

백지답안

안녕하세요. 춥지만 희망을 여는 좋은 날 아침입니다.

이제 학교수업도 시험과 함께 마무리에 접어들었습니다.

어젠 영성수업 시험감독을 들어갔는데

한학기동안 줄곧 착실하던 한 학생이 백지답안을 내었습니다.

답안대신 편지가 적혀있더군요.

편지 내용은 아버님의 병환과 사랑하는사람과의 이별이었습니다.

많은 고민으로 학교 뒷산을 산책하며 마음을 진정시킨것 같군요.

지난 성적과 과제물로 과낙을 할 정도의 성적은 아니지만  

성실하던 친구가 시무룩하여 인사만하고 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프군요.

찬바람같은 시련의 시기인가 봅니다.

그래도 혼자서 깊이 생각하는 자세에 마음이 놓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고통은 겪고 가는 것이지 피해서는 안되겠지요.

제가 강의시간에 그렇게 얘기했지요.

나이를 먹으면 친구에게도 어려운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럽다고요.

철처히 혼자가되는 외로움이 찾아온다고 그랬습니다.

저의 경험담이지요.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좋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고통은 피할 수록 더 고통스럽지요.

요행을 바라는 것 자체도 고통입니다.

아름다운 삶은 고통 안에서 피는 꽃인가 싶습니다.

제 연구실의 난은 겨울에만 꽃을 피웁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홀로피는 것이지요.

저는 그학생이 그렇게 피어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다음학기엔 학생들과 침묵의 산책을 하고 싶습니다.

슬픔이 다가올 때, 고통스러울 때  침묵가운데 걸으며 

마음 속 깊이 희망의 씨알을 뿌리라고 말입니다.

바람은 차고 땅은 견고해집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더 다뜻히고

사랑은 더 도타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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