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새해 새날 새맘

시릴로1004 2010. 1. 3. 14:58

새해 새날 새맘

새해 새날 새맘

 

어릴 땐 새로 허락되는 일들이 있어 나이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 나이 먹도록 무엇했나 반추하니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어느덧 중년의 아버지를 바라보던 시야에

제가 들어와 앉아있음을 보고 흠칫 놀라게 됩니다.

 

베갯잇에 나이테처럼 새겨놓은 수처럼

부모님의 사랑이 세월에 바래짐이 죄스럽습니다.

 

새해가 다가오면 희망에 부풀어 꼬박 깨어 듣던 옛 종소리가 다가옵니다.

혈기로 가득했던 우정에 테이블엔 빈 의자만이 남아있습니다.

찻잎 끓여서 차를 우려내듯 맑은 마음을 우려내

마음에 가라앉은 상념들을 바라봅니다.

사랑하는 사람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일이 떠오릅니다.

아이들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미안합니다.

 

아쉽게 인연을 다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저를 지켜주던 고마운 분들의 노고가 마음에 새겨져 갑니다.

 

읽다 만 책들이 저를 기다리듯

다가오는 시간이 저를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원치 않아도 피었다 지는 꽃처럼

시간은 제 옆을 지나가고 맙니다.

 

붙잡히지 않아 잡아서 같이 갈 수 없고

제대로 준비하여 미리 맞이할 수 없는 시간은

 

마음을 흔들곤 지나갈 것입니다.

마음을 깨워 일으켜 세웁니다.

 

상처 후에 새살이 곱게 돋듯이

새 마음이 돋았으면 좋겠습니다.

 

찬바람에 볼이 발갛게 생기가 돌듯이

마음에 따뜻한 생기가 돌기를 기대합니다.

 

새해 새날 새마음이 이렇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새 나날이 주님과 함께 하시는 날이기를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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