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길, 영성의 길
좋은 날 아침입니다.
어두움이 깊어갈 수록 여명이 다가온다는 말처럼
요즈음 저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2월로 그동안 봉직했던 가톨릭대학교를 그만둡니다.
계약이 만료되었기 때문이지요. 몇몇 강의는 부탁으로 지속됩니다.
법이 바뀌어 정년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조건임에도
가톨릭대학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계셨던 선생님이 그만 두셔야할 때에 너무나 화가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은 담담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들끼리도 이렇게 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따름입니다.
연구실을 비우며 마음도 비워야 하겠지요.
그래서 새 길을 찾아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인연 밖에는 없습니다.
그 인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영성철학연구회를 창설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의 철학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종착역이 영성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영성이 과연 무엇인지 종교와 학문을 넘어서 우리를 묶어낼
고양된 의식의 차원을 찾아 나설 때이기도 하지요.
제가 초대할 연구실은 없지만 뜻을 함께할 분들은 계실 터이니
그 안에서 새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몇몇 선생님이 저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임시로 함께 만나서 공부할 자리도 알아보아 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요.
어려울수록 꿈은 커갑니다.
함께 논의하고 함께 나눌 공간이 언젠가 마련될 것이라는 꿈이지요.
함께 모든 책과 사유를 공유할 공간이지요.
공부한 것을 조건없이 나눌 열린 장소이지요.
제가 전임이 된다면 해보려 했던 일을 아직도 이렇게 꿈꾸고 있습니다.
학자가 나오려면 가학(家學)과 재능과 재산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제가 학문의 길에 들어선 것이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고통을 주고 있지요.
가난한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내일은 창립을 준비하기 위한 첫모임을 갖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 저의 생각을 소상히 말씀드려야지요.
수정하여 여러분들에게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3월에는 모두를 위한 영성 축하연을 열고 싶습니다.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가꾸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