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깨달음

시릴로1004 2010. 2. 26. 09:41

깨달음

깨달음


왜 사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머뭇거리다가 깨닫기 위해서 산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깨달으려고 하느냐 물으며

머뭇거리다가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려고 한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아직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무도 없는 학교 뒷산의 산책로를 나무들에게 인사하러 걸어갑니다.

비가 내려 더욱 고요합니다. 오솔길이 봄기운에 포근히 녹아 있습니다.

따뜻해지면 다시 오겠지만 그때는 좀 더 깨달은 나 이기를 기대합니다.

사도 바오로와 같이 어디로 가는 길에서,

머튼과 같이 한 건물 모퉁이를 돌아 나서면서,

깨달음이 다가오기를 꿈꿔봅니다.

하지만 치기가 꽈리를 틀고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할 때면

나이에 걸맞지 않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장소와 시간이 따로 없음을 안개 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이겨내고 극복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자만할 수 없는 일들이지요.

언제든지 어리석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제 다음 주에는 학생들 앞에 다시 서게 됩니다.

방학(放學)이란 여름, 겨울에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처럼

책을 내려 놓고 마음공부하는 시간인데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엉거주춤 귀한 시간을 지낸 느낌입니다.

아쉬움을 안고 새 얼굴, 새 영혼들을 만나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제 영혼이 맑지 못하더라도 새 인연이 저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리라 기대해봅니다.

만남 가운데 저절로 제가 맑아지기를 꿈꿔봅니다.

이른 봄비가 저를 씻어줍니다.

새 학기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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