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만교수 묵상집

영적인 비움

시릴로1004 2010. 3. 19. 08:45

영적인 비움

 

좋은 날 아침입니다.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시면서 말빚을 거두어 가시려고

더 이상 출판을 하지 말라는 유언을 하셨다고 합니다.

참으로 무소유의 본령을 가르쳐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사람들은 스님 말씀의 본뜻을 깨우치지 못하고

무소유 책을 소유하려고 야단입니다.

스님의 말빚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더 이상 스님의 말씀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지요.

스님의 말씀은 깨우침으로 인도하는 도구라는 것이지요.

장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은 다음에는 통발을 잊는 법이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요.

물고기를 잡은 다음에도 시선이 통발에만 머물러 있다면

아직 고기를 잡지 못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마음에서 진리를 발견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따라 영적인 비움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제 마음에서 무엇을 거두어 내야 하는지 말입니다.

진리를 향해가는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직 제 안에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탐욕, 게으름, 무지에 많은 마음의 자리를 내어 놓고 있습니다.

영적인 비움은 실로 깨어있지 않고는 얻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저를 바라보는 자성은 맑은 눈을 필요로 합니다.

제 신념과 가치관을 고집하려는 것보다 더 큰 소유는 없겠지요.

개념을 넘어서는 곳에 진정한 무소유가 있음을 가늠해봅니다.

영적인 무소유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고

하나 되기 위한 자유로운 선택이겠지요.

어린 코끼리를 몰고 부드러운 땅으로 향하던 어느 날 꿈처럼

자유롭고 평화롭게 진리를 향한 여정을 걷고 싶은 아침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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