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현존체험

성모님의 그늘 아래

시릴로1004 2010. 10. 14. 16:59

 

 

우리 본당은 주변에 군 부대가 있어 주일 마다 군장병 40여명이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주임 신부님께서 이 장병들에게 늘 점심을 대접하는데 어느날 어느 사병이 무얼 먹을 까?하는 제안에 부대찌개와 짜장면을 빼고는 다 좋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늘 먹다보면 식상하게 되고 특별히 점심을 대접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되고 고마움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

우리도 매 주 노숙인들에게 쪼코파이, 카스타드 그리고 오 예스등 그때 그때 메뉴가 바뀌지만 그 사병 생각이 나서 다음 주에는 제과점에서 직접 구운 빵으로 봉사하기로 하고 제과점에 주문을 하였다.

 

봉사 시간이 다가오자 감기에 걸린 오 즈가리아 형제님이 힘들게 집에 들어선다. 아직도 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봉사자 김베드로 형제가  와 있는 것을 보고 자기는 좀 쉬도 되겠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오즈가리아 형제의 헌신적인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지난 한달간 김베드로형제가 쉬고 있었는데 본인이 지난 주에 못나왔으니 당연히 박선교사와 나 이렇게  두 명이 봉사를 했는지 알고 아픈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나온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란 이렇게 이심전심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나는 주일날이 제일 바뻐 잠시 한눈을 팔면 기도시간을 놓치기 일수다. 아침 9시 반이면 예비 세례자 교리교유과 미사참례 그리고 오후에는 부평에서 영등포로 와서 중국 교포 자매님들과 성경나눔을 두 시간 지도한다. 그리고 나서 식자재 중간상에 가서 밤에 노숙인들을 위해 쓸 봉사물품을 구매하고 오면 대개 밤 8시 반이나 9시경이된다. 그리고 봉사나가기전 준비기도를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늦장을 부리다 아침기도를 빼먹고 준비기도까지도 부실하니 웬지 마음이 약간 불안하다.

 

밤 11시에 주변 봉사를 하는데 3 주동안 못 만났던 주홍글씨 아줌마가 반갑게 맞이 한다. 쌍화차를 대접하고 저 만치 가고 있는데 우리를 부르며  달려오면서 비닐팩에 넣은 쑥떡 세 개를 먹으라고 주고 간다. 마치 기드온의 보리떡 생각이 난다. 오늘 우리봉사의 승리를 말하는것 같다. 이 아줌마 만이 유일하게 우리 봉사자들에게 그때 그때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조금이나마 꼭 나누어 주는 마음이 따뜻한 유일한 분이시다. 식사할 때 예수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는 것을 보고 바리사이들이 주님께 항의할 때 주님께서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를 실천하는 분같다.(루카11,40참조)

 

역사대합실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늘 주위에 성수를 뿌렸는데 오늘은 깜빡 잊고 챙기지를 못하였다. 늘 우리 옆자리에  일용직으로 노숙을 하고 있는 분이 있는데 한 달전 부친상을 당하였는데 참석치 못했다고 불효자라고 자책을 한다. 오늘 따라 술을 좀 많이 드신것 같다. 내 앞에 앉아 자기하고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자기 이야기를 듣다가도 다른 분이 말을 시키면 대답도 해야되고 아니면 내가 먼저 인사도 해야하니 나는 일인 몇 역을 하다보니 그 형제분 자기 얘기에 집중을 못하는 것을 보니 화가 나는가 보다.

 

또 다른 술이 만취한 40대 중반인 장년이 화가 나있는 형제 앞쪽으로 앉으며  커피한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옆에 있는 박선교사는 끓는 주전자 손잡이를 잡고 있다. 그전에 이곳에서는 끓는 주전자는 무기로 변할수 있으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주전자 손잡이를 꼭 붙잡고 있고 빼앗기면 안된다고 당부를 하였다. 이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이 장년 형제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화가 나 있는 형제가 우리 대화중에 그래서, 그래서 하며 자꾸 시비를 건다. 이 화난 형제가 나에게 비위가 몹시 상한 모양이다. 두 형제분이 싸움직전  다행히 거기서 끝이난다. 먼저 화가 난 형제분이 휑하니 일어서며 뭐라고 좋지 않은 소리를 하며 가버린다.

 

이제 남은 술 취한 장년 형제가 나는 여기 조폭으로 내가 당신을 칠 수도 있어!하며 위협조로 나온다. 나는 때리면  맞지요. 그러나 예수님을 때릴 수 있어! 하고 반말하니 성경으로  말을 돌린다. 자기는 성경을 통달하여서 무엇이든 다 알고 성령의 말씀을 듣는다며 나하고는 게임이 안된다는 논조다. 그러니  성경이면 성경, 힘이면 힘으로 어떤것으로도 대적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친다. 그리고 자기는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눈 싸움(기싸움)에서 져 본적이 없다고 하며 나를 강하게 째려본다. 그 눈빛의 위협에 곧 굴복당할 것을 기대하며... 나도 속으로 구마기도를 하며 예수님께서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셨듯이 그사람의 눈속의 어둠을 향하여  응시하였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수가 없다는 진리를 되뇌이면서.

 

과연 성경은 많이 알고 있었으며 체험도 가지고 있었던 같다. 베드로가 아포에서 코르넬리오 백인대장집에 간것을 이야기 하는데 이를 바오로로 착각해서 이야기하길래 말을 중간에서 끊고 누가 어디 갔다고 확인하여 물어본뒤 성경을 알려면 똑똑히 알라고 일갈을 하며 내가 설명하니 아 그렇지요 한다. 그래도 아직 기는 욱일승천해 있어 수그러질 줄 모른다. 그러다 금식이야기가 나와 3일 금식밖에 못했다고 하길래 이기회다 싶어 내가 당신 40일 금식의 뜻을 알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아냐! 더구나 당신 개신교에서 40일 금식이 어떤 의미 인지는 잘 알고 있지. 내도 40일 금식을 한사람이야. 그런데 주의 종한테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돼! 하며 다그치니 펄펄하던 기가 많이 사그러진다. 아에 이참에 한 마디를 더  구약의 판관기에 나오는 헤베르의 아내 야엘이 가나안의 장군 시스라의 관자놀이에 말뚝을 박아 땅에 꽂히도록 한것 같이  " 나 산기도 몇 년한 사람이야!"하고 쇄기를박었더니 잠잠해 졌다.

 

어둠은 빛이 비추는 것을 싫어 하듯이 이곳에서 봉사활동하는 것을 위협을 하여 스스로 봉사를 그만두도록 시도때도없이 끊임없이 틈만 보이면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기도가 부족하면 늘 당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성모님의 보호하심이 있어 온전할 수가 있다.

불의한 재판관에 나오는 과부가 아침 저녁으로 괴롭혔더니 귀찮아서 과부의 청을 들어주었듯이  끊임없이 기도의 끈을 붙잡아야 한다.

옆의 봉사자한테 봉사하러 올 때 묵주기도 20단하고 오지? 하고 물으니 머리를 끄적인다. 기도의 힘으로 우리가 이곳 마귀소굴에서 버티는 거야 !묵주기도 잊지마, 20단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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